‘가창력 논란’ 르세라핌, 기록 쓰기만 급급한 소속사가 더 문제

갈택이어(竭澤而漁)라는 말이 있다. 연못의 물을 말려 고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당장 눈 앞의 욕심 때문에 장래를 보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라이브 가창력 논란에 휩싸인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 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의 소속사인 하이브를 놓고 할 수 있는 말이다.

르세라핌이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무대에 섰다 뭇매를 맞고 있다.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라이브 가창력 탓이다. 르세라핌은 약 40분에 걸쳐 퍼포먼스와 함께 약 10곡의 라이브 가창 무대를 선보였는데, 그 기량이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르세라핌의 일부 코첼라 무대 영상을 보면 다소 듣기 어려운 라이브가 포착된다. 아슬아슬한 음정 불안에 음이탈 등을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다. 이에 많은 K팝 팬들과 네티즌들은 르세라핌의 라이브 실력에 혹평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아쉽다.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로 불리는 코첼라는 세계 음악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인데, K팝 대표로 무대에 오른 르세라핌이 완성도가 떨어지는 무대를 선보였다는 것은 분명 아쉬움이다. 세계 음악팬 앞에서 K팝 수준을 떨어트린 셈이니 팬들의 지적도 상당 부분 수용해야 한다. 게다가 코첼라를 꿈의 무대로 꼽았던 르세라핌인데,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은 채 무대에 올랐다는 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르세라핌이 10곡 40분의 모든 무대에서 수준 이하의 무대를 펼친 것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에 오른 대부분의 영상들은 가창 실수가 두드러지는 몇 분 내외의 짤로, 그것만 보고 르세라핌의 가창력이 처참하고 수준 미달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오는 5월 데뷔 2주년을 맞이하는 르세라핌은 아직 신인 축에 속하는 만큼, 처음 오르는 코첼라 무대가 떨리고 어려웠을 수 있다. 게다가 조금의 휴식 없이 40분 동안 무대에서 퍼포먼스와 라이브 가창을 소화해야 했으니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짐작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쏘스뮤직의 하이브 매니지먼트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하이브는 고작 데뷔 2주년을 앞둔 르세라핌이 코첼라 초청됐다며 ‘K팝 그룹 최단 기간 코첼라 입성’이라는 성적표를 붙여줬다. 선배인 블랙핑크가 데뷔 약 2년 8개월 만에 코첼라에 올랐으니, 이보다 약 8개월을 앞당긴 셈이다. 르세라핌으로서는 블랙핑크보다 더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는 객관적 지표로 코첼라 입성 기간을 내밀고 싶었을지 모른다.

르세라핌이 문제 없는 무대를 펼쳤다면 최고의 마케팅이 됐겠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하이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블랙핑크 역시 2019년 처음 오른 코첼라에서는 라이브 가창력 이슈가 있었다. 데뷔 8년차에 이른 지난 2023년에서야 코첼라 헤드라이너로서 명성에 맞는 무대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이브는 이같은 선례를 고려해 무작정 빠른 코첼라 입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아티스트로서 능력이 무르익은 후에 출연을 고려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적어도 무대 구성과 라이브에 무리가 없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도 있었다. ‘최초’, ‘최단’ 기록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이브가 받고 있는 이유다.

결국 ‘1등 K팝 기업’의 이름값을 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촌극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이브는 다수의 레이블로 구성된 만큼 레이블간 경쟁 과정에서 ‘기록’은 각 레이블의 목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숫자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기반을 단단하게 다져 데뷔 5~6년차에 꽃을 피우는 게 더 좋은 전략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하이브의 최고 성공작인 BTS의 사례도 그렇다. 그들은 시대를 만들었고 기록은 그 결과물이었을 뿐이다.